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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s

사진숙성


                                                                                                                             @Amsterdam, June 2011



순간을 포착해내는 것이 사진의 묘미라고들 하지만, 그와는 또 다르게 나는 사진에도 숙성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내팽개쳐두거나 쳐박아두었던 사진들이 잊혀질때쯤, 아니 완전히 기억나지 않을 때쯤 다시금 꺼내보면, 잊고 싶었던 기억이 온전히 받아들여진다. '추억'이라 거창하게 불려지는 하찮은 상념들은 떨궈지고 그 정수만 남아있기에 나는 그저 긍정적인 되새김질만으로 사진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는 내가 찍어내는 사진들의 미숙함을 익숙함으로 덮어두기 위한 핑계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엉성한 프레임, 어긋난 시선, 흔들린 상, 그보다 더욱_ 담아두고 싶지 않은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 더이상 찌푸림 없이 받아들여지고, 그때쯤이면 나는 조악하기 그지 없는 습작들을 그닥 나쁘지 않은 것들로 착각해줄 만큼 관대해지곤 한다. 한주, 한달이나 한해, 여러해가 걸리기도 하는 그 과정들이 있기 때문에 사진이란 것이 비교적 오랜 기간동안 버리지 못하는 취미거리가 된 듯도 하다. 

누군가는 새로운 사진들을 계속 찍어내고 있고, 나 역시 그것이 더욱 의미있는 일이라 여기지만, 나는 10년간 쌓아두었던 파일더미들을 뒤져가며 보잘 것 없는 결과물들에 집착하는 자신을 위로하고자 한다. 일부, 아니 전부라고 불러도 좋을 기록들이 방구석 어느 한 켠 빛도 못보는 필름더미가 되어 말라가는 것을 바라보기에 나는 너무도 미련이 많다. 설마 그런다고 발전하지 못하랴. 누구라도 원하는 때에 언제든 사진을 찍어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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